항해99에 승선한 5월부터 8월까지. 총 99일 +a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미니 프로젝트부터 알고리즘, 주특기, 실전프로젝트까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날들을 회고하며 항해의 끝과 앞으로의 개발자로서의 여정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전직 호텔리어가 개발자로 전직하게 된 썰 푼다
호텔리어가 개발자를 한다고?
국내 5성급 호텔에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사실 주위의 반대는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다루길 좋아했고, 취미가 여행경비 엑셀에 정리하기였기 때문이다.
코딩을 접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떠오르는 IT 시대에 발맞춰 학교에서 코딩 교양을 열어줬고, 흥미가 생겨 수업을 듣게 되었다.
교양에서 사용한 프로그램은 스크래치였는데, 블럭 몇 개 가지고 고양이랑 춤추는 그 과정이 흥분되었다. 당연하게도 해당 수업은 A+를 받았고 그렇게 마음 속에 코딩의 싹을 틔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아무튼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으니 호텔리어는 되어보자!라는 생각에 무작정 호텔에 취업을 하긴 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후에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된 언어가 파이썬이었다. 점프투파이썬을 보면서 차근차근 코딩을 공부하고 있으니 휴무의 1/4을 다 써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 몰입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개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학원 수료 후, 항해99
퇴사하자마자 학원에 등록해 6개월 간의 과정을 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자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1인프로젝트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보는 경험도 했지만 협업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아직 모르는게 많았기에 부트캠프를 다니자!라는 생각이 들어 파워 구글링에 들어갔다.
정말 많은 부트캠프가 있었다.
국내 코딩 부트캠프 가격 비교 (2021년 11월 기준)
여러 부트캠프 중에서 항해99를 선택한 이유는 물론 가격도 있었지만 99일 동안 9 to 9으로 최대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조금이라도 여유시간이 생기면 헤이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내 성격상 하루종일 앉아있어야하는 강제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랑 가장 잘 맞는 부트캠프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고, 좋은 기회로 합격 후 항해99에 승선하게 되었다.
나만의 공부방법 찾기
항해99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특히 처음해본 알고리즘 공부는 이렇게 가다간 무너진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만의 공부방법을 찾자" 였다.
예전에 TIL에 적은 적이 있었는데, 나만의 알고리즘 공부방식을 정립하고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니 어렵더라도 차근차근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전프로젝트
항해99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배운 모든걸 적용하는 최종 기간이었다.
배슐랭은 사회적 교통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 가게 검색 플랫폼을 주제로 "사회적 교통약자도 편하게 식사하세요"를 슬로건으로 삼고있는 프로젝트였다.
내가 담당한 부분은 Spring Security와 JWT, OAuth2.0을 사용한 소셜로그인이었는데 처음에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어려웠다. 더불어 팀 리더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해야할게 많아서 고생이 많았다. Spring Security와 JWT의 플로우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다룰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항해99 추천? 비추천?
약 4개월간의 여정은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많았다.
좋은 점은 국비학원에서는 배우기 힘든 기술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 계속해서 팀을 꾸려서 공부를 했다는 점, 디자이너 + 프론트엔드 + 백엔드 간의 협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팀 협업 경험은 개인적으로 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능한 경험이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수 있고 이미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차별점인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다소 부족한 커리큘럼과 짧은 기간, 학습 자료의 부족이었다.
알고리즘 주차가 진행된 3주동안 1년동안 공부해야할 만큼의 내용을 공부하고 테스트를 봤어야 했는데 항해99가 지향하는 비전공자도 가능한 부트캠프가 아니라 전공자 혹은 그에 준하는 공부를 해본 사람을 위한 부트캠프 같았다.
당연하게도 알고리즘 주차 커리큘럼을 따라가는건 쉽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간동안 항해99를 그만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항해99를 추천하는가 비추천하는가?
만약 개발 공부를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 중 자기주도학습에 적응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비추천한다. 다른 부트캠프는 모르겠지만 항해99는 개발 공부 경험이 전무한 사람에게 친절한 부트캠프는 아니다. 모든걸 '스스로' 찾아서 학습해야하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지간한 열정을 갖고있지 않다면 득보단 실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중도포기한 타 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개발이 처음인 사람이 대다수였고 국비지원학원에서처럼 A to Z로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끌고가주기를 바랐으나 항해99는 그렇지 않아 불친절하다는 말이 많았다.
그 분들을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 부트캠프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자기주도학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말하는 의도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한가지 언어를 배우고, CRUD와 그 외 처음 사용해보는 기술들을 습득하기는 웬만한 열정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기 때문에 항해99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려면 정말 쉬지않고!! 공부해야한다. 전공자가 4년동안 공부해온 내용 중 핵심만 쏙쏙 뽑아서 단기간에 머리에 집어넣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참 어렵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발 공부를 단 한번이라도 '스스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부트캠프보단 국비지원이든 독학이든 그 외의 경로를 통해서든 기초를 습득하고 오는 걸 추천한다!
이와 반대로 개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봐서 스스로 검색하고 알아내는 데에 경험이 있고 개발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추천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혼자서 앉아서 공부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약간의 강제력이 있는 건 몰입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또, 국비지원학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요즘 많이 사용하는 기술들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위에서도 계속 말하지만 공부는 셀프이다)
추가로 항해99의 협력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조금 얘기를 풀어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트업 ~ 중소 기업은 절대 싫다! 하면 기대하지 말자.
최종 발표회 때부터 계속해서 '스타트업' 협력사들의 채용 세션을 접할 기회가 종종 생긴다. 7기의 경우에는 삼성 사외벤처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도 있었고, 퀄리티 있어보이는 스타트업도 채용 세션을 진행했다.
적어도 주마다 한 개 이상의 채용 세션을 진행하면서 항해99 출신 개발자에게 관심이 있는 회사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는건 좋지만 계속 언급하는 것처럼 '스타트업' 한정이기 때문에 중견 ~ 대기업 수준의 협력사를 바란다면... 항해99가 더 성장해서 유명해지기를 기도하거나 직접 발품팔아서 이력서를 넣고 다니는게 낫다.
항해99에서 서비스 중인 포트99에도 다양한 회사들이 채용공고를 올려두고 있는데, 이곳 역시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포트99를 이용하면 좋은 점은 항해99 출신을 좋게 보는 회사들을 골라서 이력서를 넣어볼 수 있다는 정도? 그렇다고 협력사 서류 합격률이 높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류 합격은 온전히 본인에게 달렸다.
총평
지금까지 말했던 것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기간이었지만 확실히 전보다는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몰랐던 기술들도 많이 알았고 배운 점도 많았다.
21년 10월부터 22년 8월까지의 개발 공부. 이제 취준에 들어가지만 공부는 끝나지 않았다.
내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나는 열심히 달린다!
+추가
바이럴이라는 분들이 계셔서 3줄 요약 해드립니다.
1. 국비 나오는 것보다 배울 점은 많음
2. 개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오지 마라. 개발 처음하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음.
3. 개발 공부 독학이든 뭐든 해봤으면 나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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